김현. 김화영. by ears

'글의 침묵'이라는 제목이 붙은 <섬>의 소개 글을 다시 읽는다. 꽤 긴 시간이 그 사이에 있었던 것 같다. 그 글에서 받았던 인상에 대한 기억만이 인덱스처럼 툭 튀어나와 한 번씩 눈에 밟혔다. 글은 변하지 않았다. 내가 변한 것이겠지. 글을 다시 읽으며 새로운 인덱스를 떠올린다. 보수적이며 과거지향적인 색의 인덱스다. 동시에 기억 한쪽에 남아있던 어떤 경구를 다시 발견하기도 한다.

'There are so many stories....... more beautiful than answers.' -R. Adams

김화영은 이렇게 말한다. '재미있는 이야기, 목소리가 높은 주장, 무겁고 난해한 증명, 재치 있는 경구, 엄숙한 교훈은 많으나 <아름다운 글>은 드물다.' 두 작가는 대답과 아름다움을 얘기한다. 과거 나는 아름다움에 조심스레 연필로 밑줄을 그어놓았다. 이젠 어떤가. 대답이라고 쓰인 꼬리표를 손에 쥐고 묻고 있다. 베이유의 <중력과 은총>처럼.

김현은 일기에서 그르니에의 글을 '왜 좋아하는 척하는 것일까?'라고 자신에게 묻는다. '깊이도 고통도 없는 글들을......' 깊이와 고통은 중력이 표상하는 정확한 두 가지다. 김현은 은총이라는 상승의 이미지에서 죽음을 읽는다. 하지만, 아름다운 죽음. 그에게 아름다움은 아마 펠리니가 <8과 1/2>에서 추기경의 입을 빌려 말한 행복의 이미지와 비슷할 것이다. '저는 불행합니다.'라는 어느 사제의 말에, 그는 이렇게 질문으로 답했던 것 같다. '왜 행복해야 하나요?' '누가 행복해지려고 세상에 태어났다고 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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